성지순례, 체험 가득한 순례를 위한 짧은 제안

Author
이재묵
Date
2017-01-17 10:00
Views
1155


 

우리의 성경읽기, 성경묵상, 설교가 성경이나 어떤 기독교적 교리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 근거를 발견하고 암기하고 주입하는 것에 많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로 나뉘는 경향이 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묻고 답을 찾아가는 ‘함께 성경읽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왔거나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들 가려고 하는 것일까요?

‘갔다 오면 좋으니까..’, ‘다른 아무개도 갔다 왔으니까..’, ‘교회가 창립 00주년을 맞이했으니 기념으로..’ 등등 여러 가지 사연으로 성지순례를 기획하지만, 보다 알찬 성지순례 목표를 세우고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기획하는 수고가 조금 아쉽습니다.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목회자 단체나 일반 여행자들 사이에도 차이가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성지순례’ 여행을 하나의 이벤트로 취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지순례 자체가 신앙의 성장과 유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경을 깊이 느끼고 배우려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성경 체험 학습 프로그램’ 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성경을 보는 안목이 변했다는 고백이 나오는 성지순례 여행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목회자들이나 성경 학도들에게 성경의 땅 답사는 나름 의미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지를 방문만 한다고 그런 의미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성지순례로 인해 성경을 보는 안목이 눈에 띄게 변했다거나, 성경 읽기가 즐거워지고 설교가 재밌고 자신 있어졌다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성지순례, 은혜로웠습니다.” “우리 목사님 설교가 변했어요! 이제는 성경이 느껴져요.”

“설교하기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이렇게 성경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해요.”

교회 생활 하시면서, 이런 고백 종종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정작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담임 목회자를 비롯한 목회자의 경우도 성지순례 여행이야기를 설교 소재로 사용은 해도, 그의 성경읽기와 설교 자체에 큰 영향을 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차별성이 없는, 맞춤형이 아닌 정형화된 프로그램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념교회 방문 중심으로 굴러가는 듯한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보면, 10~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목회자나 신학생이 가는 성지순례 프로그램과, 일반 신도가 가는 프로그램 사이에도 양자간 차별점이나 특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른바 성지순례객들은 몇몇 성지(유적지)를 방문한 추억과 감동을 말하지만, 성경을 역동적으로 관찰하고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이 커진 것은 아닙니다. 순례 현장에서조차 ‘체험’보다는 지식 ‘주입’이나 정보 ‘전달’ 위주로 일정이 진행됩니다. 그러니 여행 상품으로서 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지니는 변별력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나이 지긋하신 성경 신학자는 성지순례 가는 것을 극구 사양했습니다. “만약 가서 봤는데, 내가 그동안 가르쳐온 성경이 잘못된 것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내게 너무 충격적일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이집트를 여행한 한 교회 담임목회자가 주일 설교 시간에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 교회는 주일 예배가 1-4부로 이어지는 작지 않은 교회였습니다. “성도 여러분, 제가 그동안 거짓말을 많이 했습니다. 성경을 모르고 성경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성경의 느끼고 온 몸으로 깨달을 수 있는 장소도 많은데 많은 경우는 기독교 역사 유적지에 집착하곤 합니다. 기념교회가 이런 경우에 들어갑니다. 물론 이 유적지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성경 이해를 위한 유적지 방문보다 앞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당황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계시록이 기록되던 그 시대까지의 초대 교회는 독립된 종교 시설로서의 건물을 갖춘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초대교회 유적지를 방문하는 목적으로 그보다 한 참 뒤에 세워진 비잔틴교회 유적지를 찾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아울러 “여기는 팔레스타인 지역인데 소매치기 등에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말도 걸지 마시고 상대하지 마셔야 합니다”라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아랍인은 왠지 거북스럽고 불편한 존재로 다가올때가 있습니다. 또한 “확실히 하나님이 지켜주시는 선민 이스라엘은 다릅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아랍인들과는 너무 쉽게 구별됩니다” 라는 식의 안내 멘트도 많이 듣습니다. “아랍인들이 고통당하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는 식의 판단과 해설을 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따라 성지순례를 다니다보면 아랍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곤 합니다. 그와 달리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커지곤 합니다. 성지순례가 ‘친이스라엘 반아랍’ 정서를 자극하는 셈입니다. 물론 무턱대고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기존 성지순례의 관행에는 적잖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성지에 대한 이해와, 조금은 창조적인 성경 문화 체험으로서의 성지순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이 글은 이스라엘 등 성경의 무대를 직접 방문하시거나 방문하신 분들을 먼저 고려한 글입니다.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많은분들이 이야기하는 성지순례가 성경 속 등장인물이 되어 성경을 온 인격과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글은 현재 중동(아랍)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동문 목사(선교사)님께서 제공해 주신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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