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자국 위에 서다(2016.2.15.-21.)
Author
문용환
Date
2016-03-17 13:57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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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자국 위에 서다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순례: 종교의 발생지, 본산(本山)의 소재지, 성인의 무덤이나 거주지와 같이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하여 참배함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서).
촌목(村牧)이 비약하여 순례여행팀(Pilgrimage team)의 일원으로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셨던 그 삶의 현장을 찾아 동행하게 되었다. 장시간의 비행은 설렘을 피곤함으로 변화시키고 있었지만 벤구리온 공항에서 첫 대면을 한 가이드, 예루살렘투어스 이철규 집사님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아직 인천공항을 구경조차 못 해본 촌목의 둘째 아들과 공항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서 이번 순례의 인솔을 맡으신 이재묵 팀장님을 찾기 위해 서서히 움직였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그렇듯 바로 옆에 있으면서 집결장소 도착문자를 보내고서야 나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이재묵 팀장을 알아볼 수 있었고 그때의 그 웃음이 이번 순례의 좋은 징조임을 직감하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은 여행 기간 내내 헌신적으로 봉사하셨고, 여행의 생생함을 담아 주셨던 예루살렘투어스 분들_ 주상욱 대표님, 최재경 이사님, 이재묵 팀장님 그리고 취재를 위해서 함께 하셨던 이용성 기자님과 동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곳곳의 장면들은 누구나 성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눈 흘김으로 다 보았을 터이다. 나 역시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성서 지리를 배우고 설교준비를 하면서 적용하며 나름의 상상력으로 그려왔었다. 이번 순례길은 주님과의 약속이 있었던 것이며, 이번 순례를 주관한 교회는 그 약속을 이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깃들여있었다.
무엇이 나의 숨막힘과 목마름을 해소시키기 위해 준비되었던 것일까? 둘째 날에 방문한 갈릴리 호숫가의 베드로 수위권교회에서의 기도와 찬양 가운데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셨다.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 너의 그 고백이 평생갈 수 있겠냐? 네가 순례길에 나서기 전에 고백했던 것들을 지킬 수 있겠냐? 식탁 바위(Mensa Christi)에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던 사랑이 듬뿍 담긴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렇구나. 그 말씀을 하시기 위하여 나를 보내셨구나.
순례길의 마지막 날에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숨결을 느꼈다.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을 걷되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모형을 나누어지고 가면서 묵상했다. 시몬 베드로는 왜 그 자리에 당당히 서지 못했을까? 그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욕했겠지. 지금도 수많은 상인들과 여행객들이 냉소하며 비웃음을 던지겠지. 내가 감히 주님의 십자가를 질 수 있겠는가? 구레네 시몬이 억지로 얼떨결에 지었던 그 십자가를 두 번의 기회를 얻어 지고 올라가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던 주님께서 “내 양을 온전히 먹이라”고 확증하신다.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이 내 삶을 채워버렸다.
언제 어디로 떠나든 여행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순례는 내면의 즐거움을 더하여 준다. 말씀과 묵상과 기도로 배양된 한 알의 씨앗이 움을 틔우도록 밀어주는 것이 순례길 여행인 것 같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지만 성서 지리와 역사와 믿음으로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가이드를 만났다는 행운(?)은 가히 하나님의 은혜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순례기간 내내 명찰(?)를 패용했다. 촌목에겐 이 또한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가야바 제사장 뜰에 서있는 베드로 통곡교회의 닭은 지금 당장이라도 두 번이나 울면서 나를 일깨울 것 같았다.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처와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시던 곳의 눈물교회는 주님께서 심문당하시며 고난 받으셨던 곳을 바라보며 베드로의 통회하는 심령을 받아들이시고, 가룟 유다가 자결했던 곳을 애통해하시는 것 같았다.
기회만 된다면 성지순례를 함께 주님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랑하는 샘물교회 성도님들과 다시 가고 싶다. 나에게 부어주신 은혜를 모두에게 담아주고 싶다. 오병이어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며, 아이로니컬한 팔복산 교회 건물이 아름다움만을 던져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그곳은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역사가 살아있음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정은 끝이 났다, 이철규 집사님의 “샬롬 하베림”을 들으면서. 순례기간 동안 온 몸을 던져 전문사진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오준영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매일의 일정이 궁금한가? 그러하다면 주진규 목사님의 페이스북을 살짝 넘겨보시라. ‘성지순례’ 밴드는 더할 나위 없는 보고(寶庫)이다. 함께한 열 분의 목사님들, 이 땅에서 주님을 따라가는 순례길의 길동무들이다. 메시아닉 유대인에 대한 열강을 해주신 정연호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촌목을 순례길에 오르게 하신 울산침례교회 이충우 목장과 샘물교회 성도님들에게 재삼 감사드린다.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와 그리스도의 평강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여행초보자의 순례길 팁을 가만히 던져본다. 가능하다면 컵라면이나 김 등을 많이(?)챙겨 가시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빈손으로 갔는데 마음과 손이 상당히 미안하였다. 이스라엘에는 아주 귀중한 것이었으니 조금만 신경 쓴다면 가이드 이철규 집사님을 통하여 아름다운 선물로 전달될 수 있다. 참고로 이 집사님은 현지 한인교회 주일학교 부장집사님이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고국의 감동을 잘 전달할 수 있다. 물론 맛사다에 온 전 세계 유대인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는 못 미친다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리모컨 셀카 봉을 챙기면 좋을 듯하다. 보조배터리와 넉넉한 SD카드를 부착한다면 귀중한 설명 하나하나 잘 주워 담을 수 있다. 젊은 감각의 목사님들은 센스 있게 잘 하시더라.
가능하다면 출발 전 현지에서 미리 귀뜸하여 주시는 날씨에 따라 의복을 간편화하면 좋을 것이다. 촌목은 옷을 줄인다고 줄였지만 그래도 꽤나 되었다. 참고로 그곳에 온 외국인들은 간편복이었지만 유달리 우리 민족은 패션에 뛰어난(?) 의상이었다. 물론 촌목은 둘째 아들의 옷을 빌려 입고 다녀왔다. 그렇지만 아들은 아빠가 성지순례에 다녀온 옷을 입고 다니게 되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사족(蛇足): 혹시 Maagan Holiday Village Resort에 머물게 된다면 호텔 입구에 있는 태극기를 유심히 보시기 바란다. 태극기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펼쳐보았더니 사괘의 위치는 바른데 가운데 태극문양이 잘못 그려져 있었다. 그냥 나오면 안될 것 같은 애국심(?)에 주 목사님을 통하여 호텔로비 담당자에게 고쳐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다음에 묵게 될 우리 모두가 확인자가 되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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