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성지답사 실천하기
Author
이재묵
Date
2016-08-09 09:20
Views
1325

이제 본격적으로 성지(성경의 땅)에서 성경 읽기를 시작해 봅니다.
1) 시공간 속에서 성경을 느끼도록 애쓰시기 바랍니다.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벌어지고 기록된 성경 말씀을 입체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작은 수고가 필요하다. 그 수고 중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성경의 계절 이해하기, 성경 속 등장인물의 나이 고려하기, 성경 속 장소의 거리감 이해하기, 이동 수단 고려하기 등입니다.
2) 성경 본문의 길이는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건은 성경 지면을 많이 차지하면 중요한 사건이고 간략하게 언급하면 덜 중요한 사건일까요?
어떤 면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일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성경 시대 사람들에게 공공연했던 그것이 우리에게는 감춘바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윤 목사님, 사무실 맞은편 사거리 식당에서 만나요!”
“예, 조 목사님. 그러면 3시에 그곳에서 봐요.”
“그렇게 해요, 여기서 가면 차로 30분 걸릴 것 같네요. 그 시간에 교통 체증이 심하잖아요.”
“알았습니다. 그러면 그때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이 대화 안에는 분명한 시간과 장소가 나옵니다. 그러나 그 약속 시간과 만나는 장소가 언제, 어디인지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한국말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제삼자가 그 장소와 시간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장소 이름도 나오고 시간도 나오지만, 그것이 어디이고 언제인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평면으로 성경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3) 음식과 지역 특산품에 주목하라.
성지에서 먹을 수 있는 토속 음식들은 성경 시대 사람들도 즐기던 것들입니다.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나 맛을 즐기고 확인해보라. 이를 위하여 성경에 등장하는 지역 특산물의 목록을 지역별로 작성해보고, 방문 지역에서 과연 그것이 그런 이유가 있었는지를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헤브론 포도 맛은 정말 좋은지, 레바논의 백향목은 어떤 면에서 최고의 나무인지, 싯딤 나무는 언약궤를 만들 어떤 특성이 있었는지, 여리고 종려나무 열매는 다른 지역 종려나무 열매와 어떤 구별이 있는지, 밀전병과 보리떡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말린 무화과 뭉치는 얼마나 무겁고 영양가가 충분했는지, 쥐엄 열매는 정말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것인지 등 방문하고 싶은 특정 장소 말고도 우리가 직접 맛봐야 할 것이 뜻밖에 많습니다.
4)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직간접적으로 성지 방문자들을 보면서 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성지에 왔는데도 성경을 느끼지 못하고 성경을 보면서도 성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초신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신앙 연륜이 깊다고 자평하는 이들 가운데서 그런 모습이 발견되는 것은 안타까움입니다. 성경을 눈으로 읽어왔을 뿐 시공간 속에서 호흡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열심히 졸다가 차가 서면 일어나 차에서 내려 사진 찍고 그리고 또다시 이동하 어떤 현장에 도착하면 그곳에 있다는 건물이나 시설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듣고 메모도 하지만 그때 성경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성지 답사는 방문 장소에서 성경의 사건이나 메시지가 왜 그렇게 선포되었는지, 그 자리에 서 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이며, 성경 사건의 동시대의 어떤 것입니다. 한 장소에서 수천 년의 이야기를 듣고, 건축 양식의 어떠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과 연관된 성경의 무대에서는 예수님 시대 전후한 상황과 형편을 이해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 장소에서 예수님 승천 이후 수백 년 뒤에 무엇이 생겼고 무엇이 지어졌는데 이렇고 저렇다는 식의 정보들에 몰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5) 눈 뜨고 성경의 땅을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바쁘고 피곤한 일정이기에 성지 순례객들은 어떤 방문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깊은 잠에 빠져들곤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눈감고 지나치기에는 성경의 땅에서 눈에 담아두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듭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현장들도 성경의 무대이고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6) 듣지만 말고 질문을 던지시기 바랍니다.
현지 안내자에게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또 현지 안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성지 답사 목적에 크게 연관 없는 질문들을 남발하지는 마시고요. 무엇보다도 ‘왜?’라는 질문 던지기를 주저하지 말라. “이곳이 바로 그곳입니다.”는 식으로 설명을 듣고 났을 때 “왜 그 장소가 이곳이어야 했나?” 를 물으시기 바랍니다.
7) 지명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이스라엘은 역시 다르다. 성경 시대 지명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니 대단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의 지명은 이스라엘 독립 직후에 그동안 불려오던 현지 지명을 성경 지명으로 대대적으로 이름을 바꾼 결과입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고 같은 장소는 아닙니다. 은평구 신사동도 있고 강남구 신사동도 있습니다. 성경의 무대에도 같은 이름의 다른 장소가 적지 않습니다. 벧세메스 같은 경우 고유명사로 일컫기도 했지만, 태양 신전이 있다는 곳이라는 본래 뜻대로 가나안 땅이든 이집트 땅이든 태양신전이 있던 곳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또한, 시대에 따라 같은 장소인데도 다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장소를 놓고도 자국민(본토인)이 부르는 이름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르던 지명들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지명이 뒤엉켜져 성경에 나타난다. 성지답사는 이런 차이들을 구별하는 땅 밟기(踏査)입니다.
8) 욕심을 버리시고, 입장 바꿔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성지를 찾은 이들 중에는 “이왕 온 김에 이것저것 다 보고 가자!”는 바람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모처럼의 기회를 선용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욕심은 욕심일 뿐입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도 정도가 있습니다. 체험이 없는 성지순례는 거품일 뿐입니다. 바른 성지답사를 위해서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입장 바꿔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일정 중에 남들 가는 곳 다 가려는 것은 욕심입니다. 꼭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하여 남들 다 가는 곳을 포기하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남들 가는 곳도 다 가고 꼭 가야 할 곳도 다 간다는 욕심을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이런 목표를 성취도 하면 여러 사람 괴롭게 합니다. 성지에 가면 모든 것이 은혜라는 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진실이 있습니다. 남의 일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입니다. 성경을 읽는 우리가 성경 속의 등장인물이 되는 입장 바꿔보기가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입장 바꿔보기는 필요합니다.
9) 선택하고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유적지는 대개 수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유적에 얽힌 건축기법이나 연대 등에 대한 정보도 넘쳐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한 장소에 관한 정보를 책으로 써도 여러 권의 분량이 필요할는지 모릅니다. 그런 이유로 특정한 장소를 방문했을 경우 방문 목적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선택을 의미합니다. 성경의 배경과 무대를 찾는 것이라면 성경의 특정 본문에 연관된 특정 시대와 사건에 먼저 주목하여야 합니다. 직접 관련이 없는 시대나 배경에 얽힌 이야기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접근하도록 합니다.
<본 글은 현재 중동(아랍)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동문 목사(선교사)님께서 제공해 주신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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