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왜 가냐고 묻는다면(2019 오크밸리 성지순례 후기)
Author
김인태
Date
2019-03-03 18:0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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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아직 그곳에서 보았던 돌 하나, 풍경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이런 곳으로 주님이 오셨고, 그 돌로 죽임을 당한 성경의 의인들과 순교자들, 그리고 그 땅을 선택하셨음에도 패역한 인간들에게 오히려 거절당하셨던 척박한 땅과 광야가 지금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이 현실과 교차됩니다. 그렇게 성지는 하나님의 마음, 그리고 주님의 아픔을 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장소들이 다 감동이 있었지만, 특히 아침 일찍 일어나 걸어본 갈릴리 해변과 한낮의 해가 가장 뜨거운 시간에 갔던 광야는 깊은 감동과 여운이 있었습니다.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광야의 거대함에 탄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갈릴리 호수와 광야 자체는 성지 순례 기간에 방문했던 어떤 곳보다 예수님 당시와 크게 다른 것이 없어보이는 장면을 아직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주님의 제자들이 했던 방식으로 그물을 던지고 물에 떠 있는 배들을 바라보는 것도 감동이었고 죽음의 바다라고 일컫는 사해로 물을 흘려보내는 갈릴리의 방대한 풍성함에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갈릴리는 주님께서 복음을 전하던 중심지였고 복음서의 주요 무대요, 현장이었으며 제자들 상당수가 이곳에서 부르심을 받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오병이어의 표적을 행하시던 들판과 산상수훈을 말씀하신 언덕도 갈릴리 호숫가였으며,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고 베드로가 믿음이 없어 물속에 빠져간 곳도 갈릴리 호수였습니다. 그곳에 내가 지금 서 있다는 마음은 전율이었고 그때 폭풍이 몰아치던 날, 빠져가던 베드로처럼 내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목회의 현장에서 손 내밀어주시며 걸어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야, 그 황폐함과 거대함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척박한 곳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절대적으로 하나님과 함께 해야만 살아낼 수 있는 광야가 우리의 목회 현장이고 성도들의 삶이기에 숙연해지고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재밌기도 하면서 슬픈 사실은 예루살렘이 종교적으로 아주 민감한 곳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과 카톨릭 모두에게 성지로 여겨지고 있는 이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이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셨고 눈물로 탄식하신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많은 잃어버린 영혼들로 넘쳐나고 있음에 십가자의 길을 걸으며 많이 아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지순례팀은 베드로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그랬던 것처럼 예루살렘 거리마다 넘쳐나는 수많은 잃어버린 영혼들 가운데 서서 “주는 그리스도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고백을 드리며 깊은 영혼의 아픔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길지 않은 여정들을 마무리 할 즈음 우리가 성지순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슬림처럼 성지순례는 기독교인들에겐 종교적인 의무가 아닙니다. 신앙의 열심을 증명하는 방법은 더욱 아닙니다. 또 이스라엘에 다녀온다고 해서 더 많은 복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감상하기 위한 여행은 더더욱 아니지요.
제가 느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고 소중히 여기는 성경의 이야기가 기록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비웃고 구경거리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과 거리 사이로 십자가를 지고 찬송을 부르며 비아 돌로로사를 걸어보고, 갈릴리 바다 위로 배를 타고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읽으며 믿는 이 성경이 구체적인 컨텍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봄으로 성경에 나온 생생한 삶의 자리에서 선포된 말씀을 다시 묵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투어를 리딩하시는 이철규 집사님의 설명과 나눔은 목회자인 제게 큰 도전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광을 위한 안내와 설명 수준을 넘어서 그 때, 그 상황 속에서 일어났던 이적들과 말씀들을 현장에서 묵상하면서, 전체 구속사적인 흐름에서 특정한 장소들과 사건들을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는 너무 귀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성경의 현장성을 확인하는 것이 신앙생활에 아주 유익한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듣고 보았던 사실과 현장이 피부로 실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교회의 성도님들이 가능한 대로 모두 성지순례를 다녀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께 나누었으며 특히 청년들과 젊은 세대는 더더욱 그랬으면 좋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기 선교도 너무 귀한 일이지만 성지순례가 주는 구원과 복음의 여정도 못지 않은 큰 여운과 회복이 일어남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더 깊이 아는 것, 하나님이 얼마나 인류를 사랑하시고 그 놀라운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철저한 계획과 사람들을, 특히 주님을 보내셨는가를 말입니다.
성경에서 다니엘이 하루 세 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할 때 언제나 예루살렘 쪽을 향하여 기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조금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보려 한다면 예루살렘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장사지낸 수많은 무덤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살아있으나 죽으나 늘 성지를 향해서 마음의 눈을 두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귀한 도전이었습니다. 너무 좋은 시간들 속에서 비록 몸은 이스라엘에 가 있었지만 제 마음의 눈이 늘 향하고 있는 곳, 바로 저의 성지가 있었다면 바로 하나님께서 제게 잘 섬기라고 맡겨주신 믿음의 공동체가 있는 우리 교회였습니다. 갈릴리이건, 예루살렘이건 제가 어디에 있어도 제 마음의 눈이 늘 향하고 있는 곳이 우리 교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제일 먼저 성도들이 떠올랐고 혹시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그들과 함께 와서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도 꾸어보았습니다.
성지순례라는 너무 귀한 시간을 허락해주신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께 그리고 이 일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해주신 오크밸리교회와 순례를 위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손 흔들며 보내주고 교회를 지켜주었던 저의 교회 성도들과 또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주관한 예루살렘 투어스, 특별히 목회자들로만 구성된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팀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숙련되고 깊은 묵상과 체험으로 가이드를 해주신 이스라엘 최고의 전문가, 이철규 집사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순례가 너무 기다려지는 최고의 순례여행이었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그 호수에 서서 고백하고 싶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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