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여정

Author
김진혁
Date
2017-02-17 10:32
View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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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감동하여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대신하여 올립니다.

억지로 포장하지 않아도 감동과 감격이 함께였던 시간들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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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지순례' 라는 단어만 들어도 동생 생각이 나는데, 내 돈 들여 아픈생각을 떠올릴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화요일에 인천을 출발해, 이제야 처음 침대에 몸을 눕혔는데 벌써 일주일은 간것 같습니다.

텔아비브로 들어와 브엘세바와 벧구브린, 라기스와 아세가, 엘라골짜기와 벳세메스를 지나 예루살렘의 한 호텔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가 뜨겁고 건조함에도 겨울이라는 날씨를 뽐내기라도 하듯, 순례지 대부분의 장소에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을 마주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동생 김진규 목사에 대한 아쉬움은 계속해서 지워지지가 않는군요.

브엘세바의 우물에 돌을 던져 깊이를 가늠해 볼 때도, 엘라 골짜기의 늠름한 다윗의 모습을 연상 할 때도 녀석이 이스라엘에 들어왔었더라면, '기껏 나는 녀석의 자취를 답습하는것일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참 반가운 분을 만났습니다.

2014년 2월16일, 이집트에서 사고만 나지 읺았어도 이스라엘에 넘어오는대로 동생이 만나기로한 현지 가이드 이철규 집사님입니다.

3년전, 동생이 진천중앙교회 식구들과 이스라엘로 넘어와 이 분의 안내로 이스라엘을 순례하기로 했었다는 말을 들으니, 그 안내 말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밀씀하시는 족족 폰메모앱에 저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머리와 가슴에 담아내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녀석이 서 있을법 했던 자리,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보았을법한 풍경과 사람을 놓치기 싫어 순간순간 동생이 되어 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마련해 주신 사연이어서 그런지 기꺼운 기쁨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합니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합니다.

내일은 갈릴리쪽으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녀석이 누렸을법한 은혜와 사랑을 더 확실히 누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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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이사랴 원형극장에서 공명현상을 시험해 보고자 무대에 섰다.

여기저기 세계 각국의 무리들이 있는데, I'm korean!! 이라는 외침에 갑자기 아랍 여학생들 꺅~~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진찍어요~'를 외쳐댄다.

Korean 이라는 외침 한 마디가 잘익은 석류와 같이 싱그러운 여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다니......
한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제법 실감하고 있는데, 저 위쪽에서 대기중이던 우리 일행중 가장 잘생긴 지익우 목사님이 등장을 한다.
아 그런데 이 짜식들이 다 그쪽으로 몰려가 난리를 치기 시작하는데...



한류가 만들어준 한순간의 꿈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연예인이나 목사나 잘 생기면 장땡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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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강산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남쪽 출입국관리 사무소를 지나 북쪽 땅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낯선 풍경중의 하나가 있는데, 우리쪽과 달리 눈에 보이는 산 거의가 민둥산이었다는 것입니다.

같은 땅인데도 불구하고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명씩, 제법 긴 구간에 걸쳐 보초를 서고 있는 어린 북한군(고등학생 쯤)의 모습이 그 시각을 더 부추겼습니다.

...


후진국일수록 산의 의존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이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나무나 풀, 나물 같은 것도 최소한의 뿌리조차 남기지 않고 취해서 그런지, 마치 인공적으로 쌓아놓은 모래산 같았습니다.

그래도 볼 만한 이유중 하나는, 시야에 차는 크기는 남쪽의 여느 산과도 같은데 수풀이 그 위를 무겁게 덮고 내려앉은듯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더 크고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풍경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금강산을 마주하기전 보았던 북한의 모습과는 다른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토는 우리나라의 4분의1 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대지가 뿜어내는 거대함의 위용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과 산 사이, 산맥을 타고 이어져있는 능선들까지 눈부신 푸르름을 간직하고는 있어도 그 모습이 마치 저마다의 삶의 현장으로 바삐 살아가기 위해 얽혀있는 전동차 안의 현대인들 같이 가득차 있지만, 이곳의 산과 들은 좀 더 여유로워 보입니다.

여기저기 방목되어 있는 소와 말과 양들은 여유로이 풀을 뜯고, 키가 작은 떨기나무류의 수목은 서로의 자리를 양보하기라도 하듯 넓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산과 들, 땅의 테두리에 진한 페인트로 하늘과 구분을 지어 놓은 듯 자신들의 자리를 분명히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 아주 이채롭고 거대하기까지 합니다.

키가 큰 종려나무를 만나고 나면, 조금전 지나친 올리브 나무가 아쉬울만큼 자신의 존재를 있는힘껏 뽐내기도 하고, 벚꽃과 같은 분홍빛의 꽃이 만발한 아몬드 나무 군락을 만나고 나면, 마치 누군가 일부러 조경을 해놓은 듯 소소하면서도 어린 소녀의 정서를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예수님이 거니셨던 장소가 순례의 여정이 되게한 이유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기적이 나타나고, 또 그것을 기대하게 하는 장소여서가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대로, 가슴에 누려지는 감정대로 예수님 또한 같은 곳을 보고 계셨겠구나 하는 감격이 있어서일겁니다.

얼마남지 않은 여정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것을 가슴에 담아낼 작정입니다.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감격의 크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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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래전 사라져간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과 신앙은,우리의 신앙을 점검 할 수 있는 큰 척도가 되기도 한다.

늘 불평하고 원망하고 하나님을 시험한다고까지 했던 모세의 일갈은, 마치 우리의 편이 되어주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들은 왜 그토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늘 불신하고 원망했는지, 왜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드리지 못하여 오래도록 광야를 돌아야 했는지 이해를 거부하기도 했다.

...


그러나 단 몇시간, 아니 식사한끼 여유롭게 누릴 정도의 시간조차도 아닌 '찰나'의 광야에서의 여정은 이스라엘을 향했던 신랄한 비판을 나 자신에게 돌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과연 '나'라면, 가나안이고 뭐고, 미디안으로 흡수되거나 애굽으로 돌아가 버렸으리라...
어찌 이런곳에서 불평과 원망으로만 버텼을꼬...

'하나님의 은혜'로 표현하면 다 될듯 하지만, 내가 그들이라면...내가 그들의 발이었다면...
끔찍하다...

이스라엘, 그들보다 내가 더 영악하고 더 더럽다.




5.


<함께감>

여정이 즐거우려면 함께하는 사람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는분들도 계실테지만,...
제가 친해지기 전까지는 낯을 좀 가립니다.
옆에 지인이 한명이라도 함께 있어야 제 성격대로 놀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 최대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로움도 많이 탑니다.
혼자 일때는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습니다.

그 때는,
제가 가진 모든것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제가 살아냈던 인생의 대부분에는 좋은 사람들이 늘 존재 했습니다.

집을 나가 방황하던 청소년기에는 평생지기 친구놈을 만나 이제껏 부대끼며 살고 있고, 잘 버틸수나 있을까 겁이 났던 신학교 시절에는 먹이고 재워주던 형님들이 있었고, 사역으로 뛰어 들어서는 모자람을 받아준 성도님들이 가득했고,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어설픈 사랑을 이야기 할 때는 넓게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실수 투성이 삶의 내용도 배울거리라며 따라주는 후배들이 늘 함께 하고, 개척후에는 강팡질팡 헤매고 있는 통에 힘들만도 한데 오히려 힘이되어주는 전도사님들과 성도님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평생 아울러야 함에도 기꺼이 내 곁에 붙어준 한 여자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함께 한다는 것'의 대부분은
나를 이해해서 기다려주고 발 맞추어주는 이들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 땅에서 이미 함께 해주는 이들로 말미암아,
천국은 도태되는 것이 아님을 경험케 하시니 이것이 참 좋습니다.

(지난 일주일,
이스라엘을 다니는 동안 함께했던 분들입니다.
강임명 목사님, 이건구 목사님, 주광학 전도사님, 원정옥 사모님, 신정섭 목사님, 지익우 목사님, 양홍석 목사님, 김도현 목사님, 김대진 목사님, 한상만 목사님, 이철규 집사님.

이분들이 함께해 주신덕에 더 깊고 넓은 하나님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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